[김태원] 배워서 때우는 스타트업 CFO: 스타트업 운영의 핵심, 재무와 전략가 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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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 일자 / 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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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FO를 두지 않고도 CFO 역할이 없는 리스크를 줄이는 방법
  • CFO를 영입할 때 어떤 포인트를 염두에 둘 것인가
  • 재무, 전략 전문의 실무자가 CFO로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역량 및 로드맵

누가 이 강연을 들어야 할까요?

  • 기업 규모나 인력 구성상 전문 CFO를 두기 어려운 스타트업 CEO
  • 미래에 CFO가 되고 싶은 재무, 전략 실무자
  • 스타트업 안에서 뭔가를 만들어보고 싶은 분, 또는 대기업 신사업에 어려움을 느끼는 분

이 강연을 들으면 뭘 알 수 있지요?

  • 스타트업에 CFO는 꼭 필요한 기능이지만 비용대비 효율 문제로 없이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CFO는 재무임원이 아니며 전략, 인사를 포괄하는 회사의 정책을 고민하며 CEO를 보조하는 역할을 합니다. 결국 스타트업에 꼭 맞는 CFO 역할을 알게 되면 스타트업의 CEO는 조직 내부적인 보완책을 구상할 수 있고, 미래 CFO를 꿈꾸는 실무자는 어떤 역량을 필요로 하는지 미리 알고 준비할 수 있습니다. CFO와 재무 회계, 자원 배분과 CFO(전략 및 인사), 현금 흐름과 CFO(현금 흐름 및 자본조달, 투자 유치), Risk champion(조직 내부와 외부를 보는 눈) 4가지를 중점적으로 배워갈 수 있습니다.

※ 참조: 본 강의는 6월 14일(수), 6월 21일(수), 6월 28일(수), 3강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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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자 김태원(전 띵동 CFO) 인터뷰

1. 스타트업 능력자 the rising

리승환 (이하 리): 자기소개를 해보세요.

김태원 (이하 김): 원래 서울대 항공우주 전공으로 석사까지 한 뒤 삼성항공에서 조인트 프로젝트로 미국 가서 비행기 만들었어요. 근데 답답한 게 항공산업에서는 프로덕트 하나에 5년이 가요. 또 수주 사업이니까 경쟁 시장 관점도 없고요. 연구소 PM으로 있다 보니 좀 답답하더라고요. 그래서 엔지니어를 벗어나 컨설턴트가 되려고, 카이스트 MBA에서 전략과 재무를 배웠어요.

 

리: 그런데 왜 컨설턴트가 되지 않고, 여기까지…

김: 컨설팅이 멋은 있는데 재미는 없더라고요. 돈 많이 받지만 제 일은 아닌 것 같아서 직원 50명 규모의 작은 하드웨어 업체에 들어갔어요. 가온미디어라고 셋탑박스 만드는 회사로… 처음에는 기획팀장으로 들어가서 상장업무부터 이것저것하고 나중에 CFO까지 됐죠. CFO라고는 해도 흔히들 스타트업에서 이야기하는 재무 담당은 아니고, 전략까지 총괄했어요.

 

리: 재무에 전략까지 하면 대체 뭘 한 거죠?

김: 10년 정도 인사, 총무, 전산, 재무, 회계, 법무, 자금(…). 그냥 사장님이 잔소리 안 하고 도장 찍을 수 있도록 경영 관련한 모든 일을 총괄한 것 같아요. 리만브라더스, 인텔에서 투자도 받아 보고… 반대로 회사 투자랑 인수도 여럿 해보고… 생산제조까지도 총괄했어요. 나중에는 미국 사업하는 기업을 인수해서 가온소프트 CEO가 됐는데, 2명짜리 회사가 20명까지 컸어요. 나올 때는 연 매출 3백만 불 정도 된 것 같아요.

 

리: 10년이나 버티다니, 회사 일은 재밌으셨나요?

김: 재미있었죠. 회사가 급속도로 커지며 코스닥 상장까지 했으니. IPTV, 스마트TV 등 각종 신사업은 다 해봤죠. 규모가 크니까 수억씩 말아먹은 적도 있죠. 그래도 하드웨어니 잘 되면 몇백억씩 매출이 나기도 하고… 그 과정에서 대단한 걸 배운 건 아니지만, 이론을 실무에 접목하려 노력했어요. 그걸로 책도 내고…

망한 책의 핵심

 

리: 어떤 내용의 책이었죠?

김: 모든 비즈니스 대화는 4분면으로 정리할 수 있어요. 이를 뇌과학과 연결해서 설명했죠. 나름 잘 썼다고 생각했는데, 1쇄 나오고 망해서(…) 나름 희귀본이 됐어요. 이렇게 된 거, 이번 강의를 통해 희귀본 가격을 높여볼 생각이에요. 집에 몇 권 있어서(…)

 

2. 인생 2모작: 앤젤투자를 시작하다

리: 그렇게 잘 다니던 회사를 왜 때려쳤습니까?

김: CEO가 된 후, 미국 사업이 핵심이라 1년을 거의 죽기 살기로 왔다 갔다 했어요. 10년간 과로하니 어느 날 다리에 마비가 오더라고요. 그래서 일단 살아야겠다, 하면서 그만뒀죠.

 

리: 그만두고 인생 2모작은 어떻게…

김: 원래는 와이프 초콜릿 가게를 차려주려 했어요. 제가 일에 파묻힐 때 와이프는 자기 꿈을 못 펼치고 애 키우고 살림해야 했던 게 너무 미안해서요. 마침 와이프가 초콜릿 가게를 하고 싶다고 해서 홈페이지부터 만들려고 다시 코딩 배우고 그랬죠. 그런데 막상 애가 고3이 되니까 와이프가 못할 것 같다고 해서… 그래서 마침 스타트업 쪽에 관심이 많아 엔젤 클럽을 만들었어요.

 

리: 엔젤 투자라 하면 어떤…

김: 말이 좋아 엔젤 투자지, 스타트업 판에서 빌빌 돌아다니고 있는 아저씨예요. 같이 하는 분들은 MBA를 통해 10년 이상 보던 분들이고요. 단순히 투자하는 것뿐 아니라 전후로 멘토링, 컨설팅까지 함께 고민하고 있어요. 전략 수립은 물론 조직 셋업까지 필요한 게 있으면 최대한 다 알려줘요. 되든 안 되든 그냥 반 직원처럼 일하자는 모토로 하고 있죠.

 

리: 투자의 기준은 뭔가요?

김: 좀 낯간지럽긴 한데, 일단 임팩트 투자라고 하는 쪽이에요. 사회적으로 뭔가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솔루션에 투자하려고 해요. 그렇지 않은 회사가 어디 있겠느냐마는 그쪽에 좀 더 방점을 두고 있죠. 다음으로는 성장성이에요. 지금 아무것도 없는 건 너무나 당연한 것이지만, 성장 가능성이 조금만 있으면 투자하려고 해요. 가장 중요한 건 우리를 단순히 투자자로 생각하지 않고 진지하게 대화할 수 있는 자세이겠지요.

 

리: 사업 아이템은 별로 안 보나요?

김: 흔히들 사람 보고 투자한다고 하는데, 아이템은 다 비슷하다고 봐요. 결국에는 시장을 이해하고 사업을 정말 계속해서 키울 수 있을지를 봐요. 그런 요소들이 잘 맞으면 최대한 도와드리려 노력하죠.

 

리: 엔젤 클럽은 주로 어떤 분들과 구성하셨나요?

김: 주축은 카이스트 MBA 동기인데, 나이 차이는 좀 있어요. 모 대기업 법인장 출신으로 은퇴하신 분도 있고, CFA, 변호사도 있고… 애초에 클럽 모토가 회사 다니면서 10%만 여력을 둬서 새로운 세상으로 오라는 거예요. 리턴 생각하지 말고 돈은 잊어버리자, 열심히 도와줘서 가자… 그런 생각으로 스타트업 IR은 따로 하고, 서로 재미난 아이템 소개하고, 투자 안 해도 필요한 부분 도와주고… 그러고 있어요.

 

리: 그래서 몇 군데나 투자하셨나요?

김: 다른 분들은 몇 군데 넣었는데, 저는 돈이 없어서 아직 하나도… 저는 돈이 없으니 몸으로 때워 가치를 주는(…) 그냥 재밌는 회사 있으면 같이 이야기하고, 필요한 부분 있으면 도와 드리고 있습니다.

돈이 없어도 행복할 수 있습니다

 

3. CEO와 CFO, CSO의 오묘한 관계

리: 이번에 CFO, CSO 코스를 열었는데, 두 역할을 다 해본 입장에서 이 두 가지 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김: 우선 저는 그 두 롤이 구분되면 안 된다는 입장이에요. 제가 CFO가 된 이후 기존의 전략 업무를 계속 가져간 이유는, 대표님도 전략과 재무가 통합적이어야 시너지가 난다는 걸 아셨기 때문이지요.

 

리: 허나 보통 스타트업만 봐도 CSO, CFO가 따로 있지 않습니까?

김: 개인적으로는 스타트업 초기의 소꿉장난이라고 봐요. 본인이 원하는 레이블을 달 뿐, 초기에는 다들 여러 가지 일을 다 해야 하니까요. 굳이 자세히 들어가자면 기획팀장을 CSO라고 하는 경우가 많고, 진짜 CFO 역할을 하는 사람은 드물다는 인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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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 글쎄요… CFO의 역할이라면 크게 1. 투자 유치, 2. 현재 상황 재무 정리, 3. 버닝 관리 정도가 있을 것 같은데, 다들 CFO라는 사람들이 이 롤을 수행하는 것 같은데요.

김: 이 중 IR과 투자 유치는 CEO와 함께 가야 하는 일이에요. 나머지는 그냥 재무팀장도 하는 일이고요. 재무임원과 CFO를 같이 생각하는 게 우리나라의 현실이라 그래요.

 

리: CEO는 더럽게 바쁜데, 투자 유치 쪽은 CFO가 알아서 해야 하는 일 아닌가요?

김: 물론 밑단 작업은 CFO가 맡아서 해야 하지만, 미치지 않고서야 CFO 보고 투자하는 곳 없어요. 그렇다고 CEO가 스크립트 딸랑 읽고 발표해서 될 일도 아니라, 투자 유치과정은 반드시 CEO와 직접 분담해야 해요. IR과 투자유치는 동전의 양면 같은 부분이에요. 물론 기업이 커져서 추가 투자가 필요 없으면, 주가와 주주 관리만 하는 경우야 CFO 혼자 오롯이 커버해도 되지만…

 

리: 그러면 대체 CFO는 뭐 하는 사람이죠?

김: 투자 유치 이전의 분석과 정리, 미래 비전에 대해 잘 정리를 하고 그 생각을 CEO와 공유하고 함께 만들어야죠. 스타트업의 IR은 투자유치와 맞물려 있잖아요. 다만 CEO의 주관적 생각으로는 자본시장의 논리나 시각을 전혀 이해하기 힘들 때가 많아요. 그 갭을 메워줄 수 있는 게 CFO예요. 하지만 여러 사정이 안 맞으면 주변 도움으로 CFO적 시각이라도 알아둬야 하는 거예요. 강연에서 주로 이야기하려는 것도 이거고…

 

리: CFO적 시각이란 단순히 객관적 시각은 아닌 것 같고… 자본 시장에 대한 이해에 가까운 건가요?

김: 세 가지라고 생각해요. 기업 상황을 수치적으로 이해하는 것, 자본시장의 요구와 기대를 파악하는 것, 이 두 가지를 토대로 기업 전략을 자본시장에 친화적으로 표현하는 것.

이런 사람을 구하시나요 (…)
출처: offf.info

 

리: 아니, 구멍가게 스타트업에서 이런 사람을 어떻게 구해요?

김: 네. 저는 그래서 스타트업에서 시작부터 이상적인 CFO를 데리고 시작하긴 어렵다고 생각하고, 또 사치일 수도 있다고 봐요. CFO를 꼭 가져야 할 자원이 아니라 기능으로 볼 필요가 있어요. 즉 이상적인 CFO에게는 이런 기능이 있다는 걸 이해하고, 그중 현재 조직 내 자원과 상황으로 커버 가능한 부분을 찾아보자는 거죠.

그래도 꼭 필요한 기능이 있다면, 외부에서 영입하거나 지원받는 게 효율적이란 거예요. 예를 들어 CFO가 사내에 꼭 필요한 타이밍은 회사의 여러 가지 조율이 필요할 때죠.

 

리: 뭔가 CFO 만능론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 같은데, 그러면 CFO와 재무 임원이 다른 건 뭐죠?

김: 일반적으로 재무팀은 사업적인 관점을 안 가져가고 자원관점의 시선을 유지해요. 반면 CFO는 철저히 비즈니스에서 시작하는 관점이죠. 다시 말해 재무임원은 1) 과거를 돌아보고 2) 통제에 관심을 둡니다. 반면 CFO는 1) 미래가 주안점이고 2) 자원 배분의 챔피언 역할을 하죠. 그래서 반드시 전략적 관점이 필요하다는 거고요.

예를 들어 KPI가 안나오면 엑셀러레이터는 언제까지 이걸 200% 늘려야 한다고 정량적 또는 프레임적 코치를 해요. 반면 CFO의 역할은 내부적으로 직접 KPI를 세우고, 필요하다면 그것을 성사할 방법까지 찾아내야 해요.

 

리: 그럼 CSO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세요?

김: 진심을 말하자면… 일반화하기는 어렵지만 스타트업에서 CSO라 하는 사람은, 많은 경우 스타트업에 조인하기 전에 기획 업무를 해본 공동 창설자인 경우가 많아요. 제 관점에서는 재무만 빠졌지, 실질적으로 CFO 역할을 하는 거예요. 실리콘밸리에서도 C자가 처음 나올 때 CEO, CTO, CFO까지는 금세 나왔지만, CSO는 그 한참 뒤였거든요. 정말 많이 커진 회사라면, 이런 그림 그리는 사람이 필요할 수 있죠. 하지만 다른 경우에 재무와 전략은 구분해서 좋을 게 하나도 없어요.

 

리: 그러면 CSO의 업무는 사실상 CEO의 고유 업무라 보는 건가요?

김: 그렇다고 볼 수 있죠. 그렇다고 그 이름 자체에 반대하는 건 아니에요. 공동 창설자끼리 이런 이름으로 이런 역할 가자고 서로 합의가 되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또 조직의 핵심 역량이 무엇인가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죠. 보통 오퍼레이션이 주가 되는, 예로 O2O 업체들 같은 경우에는 COO가 중요해요. 또 해외에는 CHRO(인사) 명함 단 사람도 많이 봤어요. 타이틀 따윈 중요하지 않다고 봐요. 다만 기능을 살피자는 거죠.

허나 현실은…

 

리: 뭔가 CFO는 엄청난 걸 짊어진 사람 같은데요…

김: 네. CFO는 CEO의 바로 오른팔, 넘버 2이자 CEO를 건전하게 견제할 수 있어야 해요. 예로 보통 CEO는 정말 사업에 몰빵하는 케이스가 많아요. 반면 종종 너무 투자에 목매는 케이스도 있죠. 그때는 CFO가 반대로 이야기해줘야 해요. 내부적으로 이걸 정리하고 가지 않으면 IR 다 소용없으니, 수치 뭐뭐 찍고 가자… 이런 식으로 이야기하며 더 좋은 결정을 이끌어내도록 돕는 거죠. 외국에서도 CFO 롤에 대해 포럼 토의가 많은데, 다른 CxO들이 사장에게 싫은 소리 하는 건 CFO 니네들 몫이라고 결론 내린 분위기에요. 돈을 쥐고 있기 때문에 말하기 편하단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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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 뭐, CFO가 아무리 날뛰어봐야 결국 사장 맘대로 아니겠습니까.

김: 맞아요. 이제 생각하니 사장에게 필요한 건 진지한 상담상대네요. CEO가 되게 외롭고 힘들잖아요. 외부는 물론 직원과도 말하기 어려운 게 있어요. 인사 조직 자금 투자 등등… 그게 대개 제가 생각하는 CFO 산하의 일이에요. 논의할 수 있는 CFO가 있다면 정말 큰 힘이 되지요. 하지만 그런 CFO를 가지기 힘든 게 스타트업이죠. 그러니 일단 CFO가 하는 기능을 이해하고, 그중 조직에서 커버 못 하는 부분은 CEO나 다른 공동 창설자가 커버해야겠죠.

 

리: CFO는 이성뿐 아니라 감성적 영역도 중요하군요.

김: 그렇죠. 돈줄을 쥐고 있다는 건 그만큼 적이 생기기 쉽다는 거에요. 그래서 내외부 커뮤니케이션 못 하는 CFO는 명이 짧아요. 냉철하게 수치를 다루면서도 감성적으로 사람들을 잘 다독여야 하죠. 그래서 저는 스타트업 대표들이 CFO가 없다면, 멘토라도 가졌으면 좋겠어요. 힘들 때 조언도 듣지만, 좀 더 의지를 북돋아줄 수 있게…

 

리: 하지만 요즘 같은 세상, 좋은 멘토 찾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죠. 멘토는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요?

김: 글쎄요… 제가 내일모레 50인데, 저도 못 찾아서(…)

 

리: ……

김: ……

 

4. 스타트업의 시장 확장과 채용에 대하여

리: 잠시 경험 이야기로 돌아오죠. 미국 진출할 때 CFO 롤이 아닌 CEO 롤을 맡았는데, 해외진출 원하는 스타트업 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요?

김: 글쎄요… 우리나라 스타트업이 해외 가면 참 잘하겠다는 생각은 해요. 기본적으로 노동관이 너무 좋거든요. 그런데 아쉬운 게 찾아봐도 해외진출을 하려는 스타트업은 많지 않았어요. 말로는 해외진출을 로드맵으로 넣고 있지만, 진심으로 해외로 가려는 곳은 많지 않았어요. 물론 누울 곳 보고 발 뻗는 게 기본인데, 내수시장이 작기도 하고…

 

리: 근데 기술기업 아니면 진출이 워낙 힘들지 않나요?

김: 맞아요, 힘들어요. 지금까지 해외에서 성공한 기술기업 다수가 게임 기업이기도 했고… 사실 이전에는 해외 기업들이 한국 많이 베꼈는데, 이제 그런 것도 아니고… 애초에 해외진출이 쉽지 않아요. 돈, 인력 등등의 문제가 산적해 있죠. 하지만 가장 부족한 건 문화적 이해예요. 무형이라고 무시하다 크게 다쳐요.  책이나 기사에서 보고 줄줄 읊는데, 실제 가서 깨져보면 또 완전 달라요.

 

리: 그럼 어떻게 하면 될까요?

김: 돈 안 쓰고 가는 방법을 잘 고민해야 해요. 플랫폼과 운영 노하우를 가진 조직이라면 파트너십으로 풀고, 전 세계적으로 무난하게 먹히는 콘텐츠라면 현지 인력만 가볍게 가져가며 그 나라 채널 특성을 배우는 식이죠. 돈을 안 쓰려면 인내심이 필요해요. 작게 하고 소개받으며 징검다리 형식으로 가는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준비 안 하다가 해외진출하려면 못 갈 이유가 100가지는 나오거든요. 그렇게 헬조선의 로컬 기업으로 남는 경우가 많아서 너무 아쉬워요.

출처: udayarumilli.com

 

리: 말 나온 김에 스타트업 채용에 팁을 준다면?

김: 글쎄요. 제가 CFO 시절 인사도 맡긴 했는데, 원론적인 부분은 너무 많은 조언이 있으니 빼고… 사람 뽑을 때 ‘내보내는’ 상상도 하는 게 좋아요. 어떤 상황이 되면 이 사람이 나갈까? 스스로 나갈까, 아니면 내가 나가라고 해야 할까? 그러면 지원자는 물론 속할 팀과 회사, 매출과 사업 방향 등등을 생각하게 돼요. 가끔이지만 이 생각을 통해 걸러지는 경우도 있더군요. 무엇보다 진행되는 채용 자체에 대해 종합적으로 생각을 다시 하게 되죠.

 

리: 스타트업이 경험 있는 나이 든 분을 모시려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 영화 ‘인턴’처럼 아름다운 경우는 드물더군요.

김: 제가 반백 돼서 느끼지만, 생각의 유연성 때문 아닐까요? 예컨대 대기업이 체질이 된 사람은 스타트업의 무정형성이나 비시스템을 절대 견디지 못해요. 반대로 작은 곳에서 오래 있던 나이 든 사람은 시니어에게 기대하는 조직화와 체계화에 약점이 많아요. 아주 쉽게 말하면, 내면의 꼰대 기질이 있는 사람만 제외해도 좀 많이 걸러져요.

 

5. 여기까지 왔는데 한국경제 이야기도 해보자

리: 이왕 길어진 글, 한국 경제에 관해 이야기해 봅시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김: 솔직히 그리 밝지만은 않다고 봐요. 현재는 한국 경제의 성장 동력이 빠진 상태죠. 그간 성장을 이끌어온 삼성, 현대 같은 대기업·조선·에너지 산업이 많이 내려가고 있죠. 근데 수십 개 국가 출장 다니며 세팅하며 느낀 게, 한국인이 정말 책임감 강하고 돌파력이 있다는 거예요. 이 엄청난 잠재적 에너지가 꺼지기 전에 다른 동력을 찾아야만 해요. 특정하긴 힘들어도 스타트업 쪽에서 뭔가 나올 거라고 생각해요. 전통 산업은 해외랑 비즈니스 하는 곳이면 좀 낫지만, 수십 년 전 프레임에 갇힌 곳이 많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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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 그 스타트업 투자 환경은 어떻게 보세요?

김: 실리콘밸리는 영업 자주 갔으니 좀 알지만 비교 대상이 아니고… 솔직히 좋은 편이라 생각해요. 5년 전만 해도 스타트업 투자 시장이 정말 작았어요. 그런데 대충 4년 전부터 1세대 창업자들이 엑설러레이터 만든 시점과 맞물려서 빠르게 성장 중이에요. 물론 다른 나라도 그만큼 좋아져서 격차가 줄어들고 있기는 하지만…

 

리: 정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김: 제발 정부가 산업시대 논리로 가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지금 규제 정책에는 전면적 재고가 필요해요. 스타트업 중에는 시작도 못 하고 죽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악용하는 부분만 규제하게 만들어야 하는데, 지금 법에 써 있는 거 외에는 하지 말라는 식이에요. 예로 P2P 대출에서 한 업체에 천만 원까지 투자할 수 있다는 가이드라인이 생겼잖아요. 덕택에 업계 전체가 쓸데없이 전산 시스템을 뜯어고치는 데 긴 시간을 버리게 돼요. 크게 보면 상위 업체의 파이를 하위 업체에 강제로 배분하는 형국이라 시장 역행적이기도 하고..

 

리: 정부가 잘하는 건 없나요(…)

김: 정부가 창조경제 외치며 돈을 많이 푼 건 사실이에요. 아주 도움이 안 되는 건 아니지만, 이것도 민간에 좀 이양했으면 좋겠어요. 예로 TIPS는 잘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정부가 투자자에 매칭하는 건, 정부가 판단을 시장에 맡기는 거잖아요. 창업 프로그램이라고 건물 짓고 하던데, 제일 좋은 건 자기 책임 하에 쓸 수 있게 펀딩하게 하고 그 서비스를 도와주는 거라고 봐요.

어쨌든 돈 주는 건 도움이 된다

 

리: 그런데 많은 스타트업이 정부사업에 몰빵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김: 정부과제 형식적이죠. 이거 저 코스닥 기업에서 경험했어요. 심사받을 때 정말 회의실이 서류로 꽉꽉 차요. 박정희 정권 시대, WTO 전까지 나라에서 기업에 여러 산업보조를 해줬어요. 그런데 WTO 가입부터 이게 안 되니까, 정부과제로 돌린 거죠. 일종의 간접보조인데, 정작 잘 될 회사들은 사업이 더 빠르고 정부 감사는 귀찮으니까 안 하죠. 역선택이 생겨서 못 살아남은 애들만 과제에 매달리는 현상이죠.

 

리: 어떻게 풀어나가면 좋을까요?

김: 이스라엘 모델이라는 게 서류 같은 건 약식으로 가고, 정말 자기 책임하에 가는 거잖아요. 정부는 눈 가리고 들어갔다 나오고 민간에 맡겨요. 조작하나 체크하는 정도지. 기업은 비즈니스에서 가능성 있으면 좀 도전하는데, 공무원은 바가지 쓰기 싫어하죠. 빠져나가려고 하니 점수 맞추기 심사만 들어가고, 사회적 명망 있는 사람 부른다고 머리 하얀 교수들 부르고… 지금의 TIPS처럼 민간에서 돈 냄새 맡고 자기 돈 쓰는데 정부가 거들기만 하는 모델을 보다 확대하는 게 효율적이라 생각해요.

 

리: 스타트업이 기술집약이 아닌 노동집약이라는 비판도 있습니다.

김: 현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이런 것도 필요하다고 봐요. 대기업 쪽에서 인력을 많이 고용 창출해야 하는데 점점 쉽지 않아요. 글로벌 경쟁하려면 생산비 낮은 곳으로 이전할 수밖에 없으니까요. 게다가 어디든 인공지능 등으로 인력 자체를 줄여나가는 추세에요. 이런 상황에서 어디라도 고용창출을 할 수 있으면 좋죠.

 

리: 하지만 이런 방식으로 나라가 성장할 수 있을까요?

김: 그러고 보면 살아남은 기업이 버티고 성장하며, 규모의 경제를 만드니까요. 띵동 라이더 보면 제일 많이 가져가는 분이 월 800-900까지도 가져가요. 평균으로도 400 가까이 가져가고… 그분들이 운전하면서 돈 모아서 적게나마 결혼 전세라도 얻고, 애들 과외도 시키는 거 보고 감동 많이 받았어요.

비즈니스로 보면 노동집약적이고 생산성 별로라 할 수 있지만, 그렇게 단순화시킬 문제는 아니에요. 어디든 사회적으로 여유 재원을 발생시키면, 그 주변 사람들이 좀 더 윤택한 삶을 누리고 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으니까요. 없는 것보다는 훨씬 낫고, 분명 이런 쪽에서도 고용을 일정 부분 책임지는 큰 기업들이 나올 거라고 봅니다. 나라 꼴 생각하면 꼭 그래야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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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개요

  • 강의 수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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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의 시간 19:30~21:30
  • 강의 시작일 6월 14일 (수)
  • 강의 종료일 6월 28일 (수)
  • 신청인원 70/70
  • 강의장소 Self
커리큘럼이 비어 있습니다.
서울대 우주항공과를 나와 한국과 미국에서 전투기를 만들었다. KAIST MBA를 마친 후, 가온미디어의 전략기획실장, CFO로 코스닥 상장, 인텔과 리만브라더스 투자를 주도했다. 현재는 엔젤투자클럽 BVAC를 이끌고 있다. 저서로는 『가장 듣고 싶은 한 마디 yes!』가 있지만, 이미 절판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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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4.24 | 지도 크게 보기 ©  NAVER Cor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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