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춘욱] 인구와 투자의 미래: 현명한 투자자는 거대한 흐름을 읽는다

(0 review)
₩49,500


강연 일자 / 장소

강연내용_세줄요약.txt

  • 일본 장기불황의 진실, 한국과 일본의 차이
  • 인구 감소 시대의 투자 방법
  • 선정적 주장에 속지 않는 백신

누가 이 강연을 들어야 할까요?

  • 선정적 주장이 아닌, 한국 경제와 세계 경제를 제대로 이해하고 싶은 분
  • 이미 투자를 하고 있거나, 현명한 투자자가 되기 원하는 분
  • 인구와 환율을 통해 미래 경제를 바라보고 대비하려는 분

이 강연을 들으면 뭘 알 수 있지요?

  • 언론과 노이즈에 흔들리지 않고 경제를 올바로 보는 눈을 기를 수 있습니다. 다양한 수치와 팩트로 세상을 읽고 이에 기반 둔 투자에 반영하는 방법을 알려 드립니다.

▶️ 강연 일정 바로 가기


강연자 홍춘욱(키움증권 이사) 인터뷰

1. 역덕이 경제계로 뛰어든 이유

리승환(이하 리): 누구세요?

홍춘욱(이하 홍): 증권사에서 월급 받으면서 지표를 통해 경제를 해석하고 전망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리: 전망은 잘 맞는 편인가요?

홍: 전망은 원래 늘 틀리는 게 정상이에요. 중요한 건 왜 그렇게 전망했는지 근거를 밝히는 거예요. 전제가 틀렸다면 방향을 돌려야 한다는 걸 투자자들이 알 수 있도록 노력하죠.

 

리: 어쩌다 금융업계에 뛰어들게 되셨나요?

홍: 원래 사학과 출신이었어요. 역사에 이어 경제사에 관심을 가지게 됐어요. 예로 옛날 경기가 어땠는지 알기 위해 무덤을 조사해요. 건설현장에서 나오는 뼈를 보고 키를 추산하죠. 이를 시계열로 연결하면 당시 먹고살 만했는지 파악돼요. 그렇게 관심사가 경제사, 계량경제사로 가며 대학원에 갔죠.

김창진 전 고려대 교수. 현재는 미국 워싱턴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리: 그 끔찍한 석사 생활을!

홍: 그래도 좋은 스승을 만났어요. 고려대 김창진 교수님은 역대 스승님들 중에서도 세 손가락에 들어가는, 인생의 스승님이었죠. 전미경제학회에서 수상할 정도로 유능한 분이셨는데, 그분 덕택에 통계 가지고 거짓말하는 걸 구분하게 됐어요. 연세대 유병삼 교수님과 함께 계량 다루는 학자들 사이에선 일종의 신이었죠.

 

리: 그런데 왜 학자의 길을 계속 걷지 않고…

홍: 당시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돈이 너무 없었어요. 대학원을 다니면서도 늘 학원 강사 생활을 했죠. 그래도 경제학에 빠져 열심히 하는 모습이 선배들에게 좋게 보였는지 석사 2학기 때 한국금융연구원(KIF) 연구원 자리를 소개해 줬어요. DJ 정부 씽크탱크로, 제 스펙에는 분에 넘치는 자리였죠. 당시 제 옆자리가 최중경 국장(나중에 산업자원부 장관 역임)일 정도였으니…

 

리: 주로 어떤 연구를 했나요?

홍: 일본경제 쪽이었어요. 그때 제 상사가 고려대 이충렬 교수님이었어요. 기업 경제연구소 다니다가 유학을 다녀오신 분이라 그런지 업무 처리 능력도, 시장을 보는 인사이트도 엄청났어요. 제게 연구소에만 있으면 창의성과 의욕이 떨어지니까 유학 갈 거 아니면 증권사 리서치로 가라고 하더라고요. 덕택에 증권사로 옮겼죠.

 

2. 1997년 외환위기의 정확한 분석: 문제도, 정답도 환율이다

리: 인복이 만렙이시군요.

홍: 정말 개처럼 일했어요. KIF 시절부터 빡세게 일했지만, 증권사에서는 더욱 그랬죠. 매일 새벽 5시에 출근해서 데일리 리포트를 썼어요. CNBC, 블룸버그 등을 보며 전날 미국시장 동향 요약하고 제 의견을 덧붙였어요. 막내라서 누구 시킬 수도 없고, 아침 7시에 이걸 복사해서 펀드매니저들에게 뿌렸죠. 아마 우리나라에서 거의 처음일 거예요.

 

리: 그때부터 번역을 하셨군요(…)

홍: 1997년 10월, 외환위기 직전에 홍콩 외환위기가 터졌어요. 연구원들이 완전 패닉에 빠졌죠. 저도 마찬가지였고요. 구명줄 잡자는 심정으로 형님께 전화 드리니 의외의 말을 하시더라고요.

“춘욱아. 중요한 건 경상 수지야. IMF에서 구제금융 받고 나면 주식시장에서 유례없는 기회가 열릴 거야.”

눈이 딱 뜨였어요. ‘한국 외환위기 가능성 점검 및 향후 전망’이라는 보고서를 썼죠. 실제 보고서 내용처럼 1998년 이후 경상수지가 흑자로 돌아서며 순식간에 경제가 안정됐어요. 증권사 스타가 됐죠.

 

리: 중요한 건 경상 수지라는 게 어떤 이야기죠?

홍: 1998년 외환위기의 본질은 단순해요. 나라에 돈이 없어서 온 거에요. 태국이 터지고, 인도네시아가 터지고, 한국까지 북상한 거죠. 수입대금을 갚아야 하는데 투자자들은 이미 한국에 빌려준 돈을 회수했어요. 은행에도 정부에도 달러가 없으니 빌린 거예요. 그러다 보유고가 바닥나니 IMF에 손을 벌릴 수밖에 없었죠. 이게 바로 ‘외환위기’였습니다.

출처: 조선일보

 

리: 그리고 대한민국 유례 없는 불황이…

홍: IMF로부터 빌린 돈을 갚기 위해서는 해외에서 돈을 벌어와야 했죠. 다행히 당시 세계 경제 여건이 나쁘지 않았고, 환율이 2,000원 수준까지 급등하니 수출이 잘 되었습니다. 특히 IMF의 고금리 처방 영향으로 내수경기가 망가지니 수입이 줄어들 수밖에 없어 경상수지가 개선되었습니다. 수출로 벌어 빚을 갚아 나가고, 국가 신용등급이 오르는 선순환이 일어났죠.

 

리: 결국 외환위기는 펀더멘탈이 약해 일어난 것 아닌가요?

홍: 필연적 위기라는 사람도 있지만 운이 없던 게 더 컸다고 봐요. 당시 위에 계신 분들이 변동환율제만 빨리했으면 나라 망하는 상황까지는 안 갔을 거예요. 800원 고집하지 않고 1000원, 1100원 적용했으면 자연히 수출이 늘고 달러 부족에서 벗어났을 거고요. 그런데 당시 대통령이 현철 씨 사건으로 레임덕이 심해서 강하게 추진하기 힘들었겠죠.

2차 얼리버드 번들 할인(최대 50%) 

문재인 당선 기념 패키지 할인(41%, 선착순20명)

 

리: 흑흑흑… YS는 못말려…

무려 출간 한 달만에 35만 부 팔린 히트작

홍: 좀 더 부연하자면 우리 뇌리에 박힌 게 IMF라 그렇지 이전에도 몇 차례 있었던 일이에요. 박정희, 전두환 둘 다 해외에서 구제금융을 받은 적이 있어요. 박정희 정부의 최대 치적 중 하나가 바로 1달러 160원 하던 환율을 400원까지 조정하고 수출 산업을 육성한 거예요. 덕택에 수출 경쟁력이 제고되고, 경공업 수출 국가로 일어설 수 있었죠. 전두환 정부도 480원에서 800원 가까이 급격히 올린 적 있고요. 대한민국은 항상 망할 때마다 환율 올려서 먹고 산 나라에요.

 

리: MB 정부의 환율 개입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홍: 당시 경제 정책을 하던 분들이 좀 옛날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환율을 움직이는 결정적 힘은 글로벌 유동성이에요. 시장이 개방되면 결국 시장은 외국인에 따라 움직여요. 시장 개입해봐야 시장의 힘에 당할 방법이 없어요. 환율을 올린다는 생각은 이해할 수 있는데, 그 타이밍이 너무 안 좋았죠. 가뜩이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외국인들이 한국 주식이나 채권을 팔고 나가는 중인데, 정부까지 가세하니 통제 불가능한 상황으로 갔죠.

 

리:적절한 시간에 외환 개입을 중단하면 되지 않을까요?

홍: 말처럼 쉽지 않아요. 외국인이 들어오는 통로는 다양해요. 국부펀드, 헤지펀드, 해외 국민연금, ETF 개미자금… 장기적으로 정책이 시장에 영향을 주지만 단기적으로 상황을 개선하려는 건 욕심이에요. 시장 펀더멘탈이 있다면 결국 변동환율에 맡기는 게 맞아요.

 

리: 그런데 변동환율제도가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지 않나요?

홍: 일본이 대표적인 경우겠죠. 일본의 엔화를 두고 흔히 안전통화의 저주라는 말을 해요. 위기가 발생하면 다 엔부터 사잖아요. 유로화로 통합되기 전에는 마르크도 안전통화였어요. 이 두 나라의 공통점이 두 가지 있어요. 하이퍼인플레이션으로 나라가 망가졌고, 이어 극우세력이 전쟁을 일으켜 나라가 완전 맛이 가버린 거죠. 이 트라우마 때문에 일본과 독일의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 혐오증을 갖고 있어요. 다른 나라 물가가 왕창 오를 때도 이 두 나라는 물가는 물론 환율도 상대적으로 안정적이었어요.

 

리: 물가가 안 오르다니, 정말 부러운데요…

홍: 그렇게 볼 문제만은 아니에요. 한국의 원화는 위험 자산이에요. 한국은 경기변동이 크고, 위기가 생길 때마다 환율과 물가가 급등해요. 그런데 결과적으로 이게 지금껏 한국 경제를 지탱해 오기도 했어요. 물가가 오르면, 경제 버블을 어느 정도 해소해 줘요. 예로 지금 집값에 버블이 있어서 적정가 80인 집을 사람들이 100에 구입했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런데 물가가 올라도 집값은 그대로이니, 상대적으로 집값은 싸지는 거죠. 자산가치가 빠지며 버블이 잡힌 거예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한국이 피해를 덜 입은 이유고요.

 

리: 아무튼 물가는 오르지 않았습니까(…)

홍: 자본주의 경제의 위기 해결방법은 결국 변동환율에서 나와요. 물가가 오른다고 해서 무조건 문제가 아닌 게, 그만큼 경제성장이 따라주면 되거든요. 즉 한국은 1997년, 2008년 등 위기 이후에 더욱 강해졌어요.

 

3. 증권사 스타가 되다: 1999년에 연봉 1억을 돌파한 남자

리: 아무튼 외환위기 당시 증권사 분위기는 어땠죠?

홍: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죠. 예전의 직원은 평생 같이 안고 갈 사람이었는데, 이제 비용으로 보기 시작했어요. 동시에 증권사가 많이 건전해졌어요. 처음 증권사 들어가던 1996년만 해도, 회의실 가면 나이 많은 부장님들이 담배 피며 바둑만 뒀어요. 애널리스트 보고서도 적당히 손으로 그리면 여직원이 타이핑해서 내놓았고요.

 

리: 하지만 본인은 스타…

홍: 그랬죠. 화제의 보고서를 내놓은 젊은 놈이 매일 아침마다 제일 먼저 데일리 리포트까지 썼으니… 그때는 정말 프로야구 선수 같았어요. 스카우트 제안도 많이 들어왔고, 저도 회사에 충성심 갖고 오래 하겠다기 보다 좋은 조건 있으면 움직이겠다는 생각으로 살았어요. 그렇게 1999년에 처음으로 연봉 1억을 찍었어요. 그때 너무 잘나간 덕택에 물가 상승 고려하면, 제 실연봉은 큰 차이가 없는 것 같지만(…)

20년전에 1억 @0@

 

리: 보통 그런 스타가 되면 PB들이 물주 연결해서 큰일 하자고 하지 않나요?

홍: 2000년 전후 일해보자는 사람이 많았죠. 저도 벌어오는 돈에 비해 월급이 짜다고 기고만장했던 시절이었고, 억대 연봉을 받는 증권맨이 수두룩했죠. 그때 역사를 좋아하던 독서광이었던 게 도움이 됐어요. 마침 『주식에 장기투자하라(Long run stock market)』는 책에 빠져 있었는데, 미국 시장이 위험해 보이더라고요.

 

리: 바로 그 닷컴 버블 시대였군요.

홍: 역사적인 주가레벨보다 너무 비쌌어요. 나스닥 시총 상위 기업 중 PER 100 넘는 곳이 한둘이 아니었으니… 역사를 돌아보니 1929년 대공황과 비슷했어요. 미국 언론들도 경계의 목소리를 조금씩 키우고 있었고요. 좋은 조건으로 같이 해보자는 분께 “6개월 뒤에도 같은 생각이면 그때는 같이 하겠습니다”라고 답했고, 이내 자산 폭락이 왔죠.

2차 얼리버드 번들 할인(최대 50%)
문재인 당선 기념 패키지 할인(41%, 선착순 20명)

리: 그때 한국도 폭락이었는데, DJ 정부의 카드대란이 아니라 닷컴 버블의 영향이 더 크다고 보시는 건가요?

홍: 전 거꾸로 생각해요. 미국 경기 나빠지고 수출이 얼어붙으니 DJ 정부가 카드 규제를 완화한 거죠. 돈을 풀면 레버리지 효과로 당장은 경기가 좋아져요. 중요한 건 제때 브레이크를 밟아야 하는데 그걸 잘 못했죠. 다음 정권 가서야 브레이크를 밟았으니… 그런데 저도 카드 위기가 그렇게 심하게 올 줄 몰랐습니다. 거시경제는 어느 정도 공부했지만, 금융기관 특히 금융시스템의 건전성에는 이해가 부족했던 탓이죠.

 

4. 오만과 재기: 증권사를 떠나 은행과 국민연금으로

리: 뭔가 인생에 실패 없이 순탄하게 계속 커온 것 같습니다.

홍: 그렇진 않아요. 제가 프로야구 선수 같다고 했던 게 당시는 자부심이었는데… 성실하고 보고서 잘 만드니 네임밸류도 올라가고 팬도 많았죠. 자연히 연봉도 올랐고. 그런데 남이 저 누르는 걸 못 견뎠어요. 갈등 일으키고 때로는 언성도 높이고. 지금은 그럭저럭 참는데 그때는 겁날 게 없었어요. 돈 더 주겠다는 곳은 많고 맘에 안 들면 옮기면 되니까. 그렇게 시간을 보내니 어느 순간 저니맨이 되어 있는 거예요. 신참이 자꾸 와서 이건 어떻고 저쩌고 하니까 케미스트리 문제가 터지는 거죠. 관리직이 된 지금 와서는 당시 상사분들이 제게 느낀 감정을 종종 느껴요. 참 오만방자했구나 싶죠.

 

리: 그래도 돈은 잘 벌지 않았습니까?

홍: 그때부터 죽죽 미끄러졌어요. 여기저기서 싸우니 평판도 퍼포먼스도 떨어졌죠. 지기 싫으니 맞지도 않는 전망을너무 세게 이야기하기도 했고요… 돌아보니 이미 너무 많은 게 잘못됐더라고요. 사람 관계란 게 되돌릴 방법도 없고…  그러던 와중 2007년 증권사를 떠나 은행으로 갔어요. 인생의 전환점이란 생각이었는데, 굉장히 좋은 선택이었다고 봐요.

 

리: 어떤 점에서 좋은 선택이었죠?

홍: 딜링룸 이코노미스트, 즉 영화처럼 모니터 넘치는 곳으로 옮겨서 외환시장을 분석했어요. 그동안 오직 제 실적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다가 은행이라는 집단을 돕기 위한 역할을 시작한 거죠. 오히려 마음이 편해지더라고요. 살아남기 위해 싸우는 용병에서 행장님, 부행장님의 참모 역할로 돌아섰달까… 2008년 위기까지는 아니라도 불황이 올 거라는 판단을 했고, 다행히 외환담당 부행장님도 그 전망을 어느 정도 받아들여 주셨어요.

 

리: 이후 국민연금으로 옮긴 이유는 무엇이지요?

홍: 두 가지 매력이 있었어요. 일단 운영 자금이 커요. 저 때 400조, 지금은 600조 수준이니 말 다 했죠. 두 번째로 제 결정이 나라에 영향을 미쳐요. 제 일은 400조 중에서 향후 몇 년에 걸쳐 전체 자산의 얼마 정도를 국내외에 투자할지 비중을 조절하는 쪽이었어요. 5년, 10년 장기자산배분은 정책 쪽에서 결정돼요. 이를 어떻게 매년 혹은 매월 배치할지가 제 몫이었죠. 숫자만으로는 감이 잘 안 오는데, 정말 어마어마한 돈이었어요.

출처: 한겨레

 

리: 해보니까 어떻던가요?

홍: 보람을 많이 느꼈죠. 해외, 국내 자산 투자를 조정할 때 가장 중요한 건 환율이에요. 환율 1,000원도 깨지려 할 정도로 원화 강세 시기였는데, 그때 해외자산에 투자하자는 의견을 냈어요. 당시만 해도 다른 의견이 많았지만 이후 국민연금 수익률 엄청났잖아요. 어느 펀드가 수백 조를 굴리며 채권금리 1% 시대에 5% 가까운 성과를 내겠어요? 정말 미친 수익률이었죠.

 

리: 그러게요. 하지만 욕만 먹는 우리의 국민연금(…)

홍: 좀 억울하죠. 현재 국민연금이 세계 3대 연기금인데, 이 정도 성과를 내고 욕먹으니… 아무튼 많이 배웠어요. 얼마나 큰 돈이 어떻게 움직이고 어디로 갈지. 워낙 큰 돈이다 보니 전 세계의 모든 정보가 들어와요. 노무라, 맥쿼리, 골드만삭스 등 글로벌 플레이어들의 각종 최신 정보는 물론이고, 세미나 하자고 하면 일본, 호주, 뉴욕에서 직접 올 정도였으니.

 

리: 그런데 왜 나가셔서…

홍: 지쳐 있었어요. 업무 강도 자체는 증권사보다 낮았지만 심리적 부담이 엄청났어요. 이코노미스트가 예측 틀리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에요. 전망 빈도가 잦을수록 빗나갈 확률도 높아지니까요. 그런데 국민연금은 책임이 엄청나잖아요. 그런 스트레스에 비하면, 증권사는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 쓰고 틀리면 제가 욕먹으면 되니까… 마침 친한 사람도 많이 나가서 다시 이직을 결심했죠.

 

5. 국내 금융사의 반등은 가능할까: 한국 기업의 경쟁력은 무시 못 할 수준

리: 최근 증권사로 복귀하셨는데, 국내 금융사가 반등할 거라 생각하세요?

홍: 그렇게 보고 증권사에 왔어요. 먼저 경기의 바닥이 멀지 않았다고 봐요. 2015년부터 기업실적 개선 징후가 나타났고, 또 2016년에 수출이 바닥칠 거라는 촉이 좀 왔어요. 수출 회복되면 매출이 늘어나고 영업이익 회복으로 이어져요. 그러면 기업들은 외국인의 지분을 늘리려는 부담을 줄이기 위해 자사주 매입, 배당금 등을 통한 주주보상 확대를 꾀하거든요.

 

리: 해운, 에너지, 조선까지 줄줄이 망하는데… 가능하려나요?

홍: 한국의 수많은 대기업이 왜 어려움을 겪었나요? 결국은 수출이에요. 2012년부터 얼어붙더니 급기야 2014년부터는 마이너스를 기록했죠. 3년 연속 마이너스 수출은 우리나라 역사상 처음이었어요. 하나는 경쟁력 상실, 둘은 수요 부족이에요. 사실 이 둘은 동전의 양면이에요. 수요가 부진하니까 경쟁력이 떨어지고, 경쟁력이 떨어지니 수요가 부진하고… 일부 플레이어들은 결국 경쟁력이 없으니 안 될 거라 이야기하는데, 동의 못 해요. 실력이 없어서 졌다는 건 평론가나 할 이야기죠. 피투성이 되며 싸우는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힘들어요. (주: 실제로 인터뷰 후 수출회복세가 보이고 있다)

 

리: 경쟁력 부진에 찬성하기 힘든 이유는 무엇인지요?

홍: 먼저 한국은 브랜드가 약하다고 해요. 그런데 아모레퍼시픽한테 그런 이야기할 수 있나요? 이제는 샤넬 화장품 꺼내듯 자연스럽게 국산 화장품을 꺼내요. 일종의 프라이드죠. 또 국내 기업은 원천기술 없다는데, 한미약품이 수출 후 성과가 안 나온 거지 사노피나 베링거인겔하임이 기술수출 맺은 건 사실이잖아요. 경쟁력 없다는 건 핑계예요.

저도 아모레퍼시픽 좋아합니다. 비싸서 못 쓸 뿐….

 

리: 수요가 살아나면, 경쟁력으로 일어날 수 있다 보는 거군요.

홍: 수요 문제가 8:2에서 7:3 정도로 비중이 높다고 봐요. 현대중공업이나 포스코 이런 기업들은, 이미 바닥 대비해서 2~3배 갔어요. 연금이나 해외투자자들이 진검승부 벌이는 전쟁터에서 그냥 버블이다? 전 아니라고 봐요.

2차 얼리버드 번들 할인(최대 50%)
문재인 당선 기념 패키지 할인(41%, 선착순 20명)

 

리: 수요가 살아나도 중국에게 이길 수 없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홍: 반대로 중국발 위기론은 없나요? 이번에 중국 회사채 28개가 디폴트 떴어요. 정답을 이야기하려는 게 아니에요. 모든 건 양면이 있다는 거죠. 국민연금 있을 때 화웨이와 ZTE 재무제표를 봤는데 흑자가 100억, 50억 이렇게 딱딱 나요. 어마어마한 설비투자 하면서 어떻게 이런 결과가 나와요?

 

리: 장부조작인 건가요(…)

홍: 그건 알 수 없죠. 개인적으로는 장부조작보다는 정부가 증자하며 무제한에 가깝게 밀어준다는 생각을 했어요. 한국도 예전에 그랬어요. 수출 대기업에게 무제한에 가까운 돈 빌려주며… 그러다 1997년에 위기를 겪었잖아요. 중국도 마찬가지에요. 어떻게 될지는 몰라요. FT 같은 한쪽은 중국위기론을, 한쪽은 낙관론을 부르짖어요. 진실은 언제나 중간지대에 있다고 생각해요. 어느 쪽에 가깝게 베팅하는지가 중요한 판단이겠죠.

중국에서는 지금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리: 수출 경제를 내수로 돌려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홍: 솔직히 불가능한 이야기고, 논리적이지도 않다고 생각해요. 내수에 지난 4년간 로또가 둘이나 터졌어요. 한해 100만 명 오던 중국 관광객이 800만 명까지 늘었어요. 일본인이나 미국인이 한국 와봐야 돈 잘 안 써요. 면세점 가서 메이드 인 프랑스 사지. 그런데 중국인은 김, 화장품 등 메이드 인 코리아 사요. 거기다 4년간 국내 부동산 거래가 최대치를 찍었어요. 부동산이 뜨면 등록세, 취득세 등은 물론이고 복비, 이삿짐센터, 인테리어, 가구업체 등 내수경기가 엄청 활성화돼요.

중국 로또에 부동산 경기까지 좋았는데, 내수가 죽었다? 둘 중 하나라고 봐요. 우는소리 하는 사람이 많거나, 그게 아니면 자영업을 비롯한 내수 공급이 너무 많거나

 

리: 둘 다일 것 같습니다;;;

홍: 이거 무시무시한 문제 제기에요. 욕먹기 싫지만, 이상하지 않나요? 하우스푸어 이야기 많이 나오던 2011년에서 2013년 생각해 봐요. 핵폭탄급 호재지… 집값도 꾸준히 올라가고 거래량도 계속 늘고… 미분양도 있지만 분양률 수십 대 일도 많아요. 언론이 경제를 좀 현실적인 시각에서 보도했으면 좋겠어요. 한샘 주가가 꾸준히 오른 게 버블일까요, 실적일까요?

 

리: 이럴 때 꼭 제시되는 게 양극화 문제죠.

홍: 한국 가처분소득이 나름 꾸준히 올라갔어요. 작년 한국에서 비행기 타고 외국으로 여행한 사람이 누적 1억을 넘어요. 문제는 저소득 계층을 끌어올리는 건데, 이건 재정정책을 써야죠. 무작정 1인당 얼마씩 주는 것보다 필요한 건 시장 정상화라고 생각해요. 한국은 지대 추구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요.

 

보너스. 조금 더 경제를 알고 싶은 ‘초짜’들에게

리: 자산 버블론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홍: 중요한 문제죠. 자산 버블이 없다고 한 적은 없고 가계부채 문제도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어요. 다만 위기론자들의 문제는 현상보다 해법이 오히려 위기를 키우는 방식이란 거예요. 가계부채가 심각하니 부채를 줄이자는 건 미친 짓이에요. 소득, 물가, GDP를 높여야 상대적인 부담이 줄어들죠. 아베노믹스, MB노믹스도 다 그런 식인데 당장 그럴 필요도 없다고 봐요. 통계적으로 위기라 하기 힘든 시점이거든요.

 

리: 펀더멘탈이 아직 받쳐줄 수 있다?

홍: 결국 경기죠. 성장률이 반등하고 물가가 상승하면 자산가격의 버블 우려가 해결돼요. 일부에서 걱정하는 부동산 ‘버블’ 문제는 금리를 올리거나 공급을 때려 부어서 해결해야 하는데, 한국은 대부분 공급 증가로 이를 풀었습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에도 한국 부동산이 안정된 건 MB의 shift, 보금자리 공급이 컸어요. 반면 종부세나 거래세는 좋지 않은 정책이라 봐요. 거래 자체를 제한하는 데다가, 세금 때문에 집값을 높이는 역효과가 있거든요.

 

리: 혹시 저 같은 경제맹을 위해 배울만한 분을 추천해 주실 수 있겠는지요?

홍: 저희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들은 다 일 잘합니다. 이 밖에 외부에서는, 부동산의 경우 『대한민국 부동산 대전망』을 쓴 이상우 애널리스트의 글이 재밌어요. 이코노미스트 중에서는 IBK에 있는 정용택 이코노미스트를 꼽고 싶네요. 적수지만 항상 자극을 주는, 존경하는 분이죠. 자동차는 하이투자증권의 고태봉 애널리스트, 에너지와 화학은 KTB의 이충재 애널리스트, 퀀트 관련해서는 강환국 씨를 추천해요.

 

리: 이왕이면 책도(…)

홍: 자산배분은 제 책도 좋고, 김성일 씨의 『마법의 돈 굴리기』를 추천해요. 투자철학은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의 『행운에 속지마라』, 주식시장의 기초를 알고 싶다면 『주식에 장기투자하라』. 이것저것 따지기 싫으면, 이건 선생님이 번역한 경제/경영서가 다 좋으니 한 번 둘러봤으면 좋겠고요.

 

리: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금융계 오려는 사람에게 어떻게 공부하면 좋을지 조언을.

홍: 금융권의 유명한 분들 팔로우하고 그분들 글을 읽어보는 걸로 시작하세요. 그리고 말하는 걸 직접 데이터로 찾는 습관을 길렀으면 해요. 국내 기사 외에 유춘식 기자님 등이 번역하는 글 좀 보고, 직접 번역도 해보면 좋겠네요. 직접 데이터 다루고 애널리스트로서 번역하는 주니어 들어오면 정말 이쁠 것 같아요. 종종 어느 매체를 봐야 하는지도 묻는데, 제 사이트의 이 글을 참조했으면 합니다.

▶️ 강연 일정 바로 가기

강의 개요

  • 강의 수 0
  • 퀴즈 0
  • 강의 시간 19:30~21:30
  • 강의 시작일 6월 9일 (금)
  • 강의 종료일 1회 특강
  • 신청인원 48/70
  • 강의장소 Self
커리큘럼이 비어 있습니다.
전 국민연금 관리공단 선임운용역, 현 키움증권 부장. 『돈 좀 굴려봅시다』, 『환율의 미래』, 『유쾌한 이코노미스트의 스마트한 경제공부』, 『인구와 투자의 미래』라는 책을 냈으며, ‘채훈우진아빠’라는 닉으로 시장을 보는 눈이라는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강의장소

GS타워 25층 공용회의실 강당
지도 크게 보기
2017.5.23 | 지도 크게 보기 ©  NAVER Corp.
₩49,500

댓글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